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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기획자, 나도 사수가 있었으면 좋겠다

맨날러 2020. 11. 2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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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기획자 중 사수가 없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그렇게 시작했고, 지금의 나의 사수도 그렇다고하고, 패스트캠퍼스에서도 이 내용을 카피에 써서 광고하는 것을 많이 봤고, 실제 강의도 몇번 참여해봤는데 사수가 없어서 업무를 배우러 온 사람이 많았다. 


해야할 일이 있는데 방법을 모르다면 막막함이 마음한켠에 묵직히 자리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IT 기획일을 한지 1년이 거의 다 되어 갈 쯤 회사 오너를 설득하여 사수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업무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고 지금도 되고 있다. 사수가 있고 없는 것의 차이, 특히 내가 사수와 함께 일하면서 느낀 장점과 사수가 없던 시간동안 배운 것들을 적어보려한다.



사수가 있어서 달라진점


1. 업무프로세스 및 방법을 빨리 배울 수 있다.

모든 업무에는 절차가 존재한다. 효율적으로 일을 하려고 고민하다보면 업무가 정형화 된다. 사수는 그 프로세스를 이미 알고 있다. 안해본 사람은 모르고 해본 사람은 아는 뭐 그런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무시할 수 없다. 

한가지 경험에 기반한 예를 들어보자면 테스트를 하는 상황을 들어보겠다. IT 서비스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테스트는 꽃이라고 볼 수 있다. 단어가 주는 어감일 수 있고, IT알못들에겐 테스트라고하면 막판에 완성도를 체크해보는 정도의 중요도가 비교적 낮은 업무로 생각할 수 있다(나는 그랬다ㅠ) 완성도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의 의미를 경험해보지 못한자는 그 이후에 감당할 일의 무게를 가볍게 생각하는 실수를 범한다. 그래서 테스트기간을 짧게 잡고 테스트 진행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는데, 스트레스의 늪에 빠져 죽을뻔한 경험이 있다. 사수는 알고 있다. 각 업무의 중요도와 소모되는 에너지의 분량을. 덕분에 효율적인 업무프로세스와 무리하지 않은 일정을 잡을 능력이 있다.


2. 세부 업무의 중요도를 가려내서 삽질을 줄인다.

열심히 하려다 보면 모든 일에 힘을 과하게 줄 때가 있다. 감당할 능력과 여유가 되면 좋지만, 허락되는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사수는 이에 대한 가이드를 준다. 

스토리보드를 작성할 때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적으려고 했었다. 적은 내용 중 개발자가 굳이 알 필요가 없는 마케팅적 목적이나 UI를 기획한 의도까지도 적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시간 낭비였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버튼들의 기능도(예를 들어 confirm 팝업의 확인버튼) 친절하게 디스크립션을 다 달았다. 이게 쓰다보면 단어 선택이라던지 고민이 불어나서 시간을 잡아먹는데, 굳이 필요 없다는 사실도 뒤늦게 사수를 통해 이해하게 되었다.


3. 윗분들로부터의 방패막이가 된다.

나의 경우 이 부분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우리 회사는 오너들이 IT 베이스가 아니어서, 물론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어떻게든 일을 하고 업무 방향과 방법을 제시해줬지만, 어려운 일을 쉽게 생각하고 요청받는 일이 반복되곤 했다. 그런데 나도 그 때는 순백의 애송이였기때문에 이게 무리한 요구인지, 내 능력 부족인지 모르고 도닦는 마음으로 잠 못자며 버텼다.

불가능한 것, 안하는게 좋은 것들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일을 지시하는 쪽이나 받는 쪽, 양방향 모두 기준 없으니 실무자는 무리를 하고 지시자는 화이팅 밖에 해줄 수 밖에 없는 패턴이 생겨버렸다. 사수가 이 부분을 분명히  조율해준다. 쳐낼 것은 쳐내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대안이 필요하면 제시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4. 반면교사를 할 수도 있다.

신이 아니기에 사수도 잘못하는 점이 있다. 머리가 조금 크면 건방지게 그런 것들이 보이게 되는데, 그 때는 같이 얘기를 나눠보면 좋다. 얘기를 할 사람이 있다는 것도 너무 감사했다. 사수가 잘하는 부분은 따라하면 성장한다. 잘못을 발견하게되면 개선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잘못을 인지하고 지식으로 삼으면 된다.


사수가 처음부터 있었다면 모를 수도 있지만 여러모로 감사한 일이다. 사수가 있는 지금 상황이 나에게는 더 바람직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그렇다고 혼자 맨땅에 헤딩하던 그 시절에 배운 유익도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혼자 분투하며 배운 것

1. 예전보다 능동적으로 일하게 되었다. 비효율적으로 일을 했겠지만 강의도 듣고 구글링도 해가면서 업무 방법을 알아봤고 스스로 적용해보았다. 사수를 맞이 했을 때 기뻤던 포인트 중 하나는, 내가 애쓰며 배우고 익힌 업무 방법이 어설프기는해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자발적으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그 히스토리가 바탕이 되어 사수가 해주는 조언들을 비교적 빠르게 흡수했다.


2. 일의 효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노오력파인 편이다. 노력으로 개인의 성장을 도모하면 맡은 일을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태도이지만 불행히도 다소 이상주의적면이 없지 않다. 더 지혜로울 필요가 있다. 개인의 성장과 성과를 모두 만족시키는 방법을 추구해야한다. 시간을 아끼면 다른 일에 투자할 수 있다. 필요하면 인적, 물적 리소스를 요청할 줄 알아야한다.


많은 기획자들이 여러 회사, 스타트업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며, 기회와 인연을 만날 준비의 시간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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