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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기획자의 멸종: 결국 사라진다?

맨날러 2020. 11. 3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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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기획과 관련된 글들을 둘러보다보면 서비스 기획자하는 직무가 점점 필요 없어지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의 글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대충만 읽어도 이제라도 개발이나 디자인을 배워야 하나 ㅠ 직무를 잘못 택한건 아닌가하는 막연한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과연 서비스 기획자는 필요없어질까? 사라지고 마는가? 그래서 나도 생각이란걸 한번해봤다. 글을 쓰다보면 나도 내 생각을 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고민을 해보던 중 기획자의 입장이 축구의 미드필더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구에서 필드플레이어는 크게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로 나뉜다. 미드필더라는 포지션이 없이도 축구가 가능한가? 가능은 하다. 로스터 10명을 좋은 공격수와 수비수로만 채우면 되니까. 그러나 분명 좋은 미드필더가 있다면 경기 운영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기능의 구현을 위해 개발자가 필수적이고,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시각화된 화면의 디자인은 필수적이다. 그에 반해 기획자는 필수까지는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중간의 뭔가 빈 역할을 개발자나 디자이너 중 누군가가 결국에는 수행해야 할 것이다.


완벽한 수비 이후에 공격으로 전환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가 보자. 미드필더가 없다면 수비에서 공격수에게로 바로 길게 연결할 것이다. 하지만 이게 여의치 않다면 수비수 중 누군가는 조금 올라가고 공격수 중 누군가는 내려와서 공을 연결할 것이다. 서비스의 구축에 있어서도 기획자가 없다면 누군가는 자신의 포지션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명시적으로 포지션을 제외하더라도 롤은 필요하다.


실리콘 밸리에서 일을 해본 적은 없지만,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소통하며 서비스를 만든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기획자라는 직무가 대한민국에 유일하게 존재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것이 기획자의 무용론의 근거 일 것 같은데, 딱 들어맞는 논리라고 하기에는 불충분하다.


이에 대한 반증으로 외국에서도 결국 PM, PO 등 기획자와 비슷한 포지션이 존재한다는데에 있다. 이 직군들 역시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가 강하려나? 기획자라는 타이틀은 아니지만, 결이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획자, 외국은 PM 이라고 딱 잘라 직무를 나누기도 애매하다. 각 회사의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에 따라 세부 업무는 다르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쓸모있는 기획자는 PM의 일을 맡게 되어도 잘 해낼 것이다.


어쩌면 기획자의 역량 자체가 이 이슈의 핵심일지도 모르겠다. 책임감 있는 동료를 두는 것이 너무나 복된 일이라는 것을 사회생활을 몇 년만 해보면 알게 된다.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획자로서 기대대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프로젝트를 잘 운영하지 못하고, 팀웍에 오히려 해가 되는 그런 류의 사람들을 경험하면서 개발자나 디자이너들은 차라리 없는게 낫다라는 생각을 한 것이 무용론에 기여하지 않았을까?




그에 비하면 개발자나 디자이너라는 포지션은 능력이 부족해도 없어서는 안되는 편이긴 하다. 상상과 기획만으로는 무엇이 만들어지지는 않으니까. 이렇게 적다보니 결국 기획자로서 맡은바 소임을 똑부러지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에 어정쩡하게 서서 흐름만 끊어먹는 미드필더에게 공을 주기보다는 뻥축구를 하는게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테니까. 이와 반대로 공격수 수비수의 능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기획자가 킬패스를 잘 찔려 주다보면 기회가 창출될 수도 있겠다. 실무 인력들이 자신의 맡은 자리에서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살림꾼 같은 기획자가 되도록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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